부친과 인연…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
김형석 교수 “큰 일해야 한다”며 덕담
퇴임 전 남긴 책에선 ‘부패수사’ 강조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 2021.03.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퇴임 후 외부 행보를 자제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를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일 뿐, 정치적 행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김 교수와 2시간가량 만남을 가졌다. 1920년생인 김 교수는 1세대 철학자로 ‘백년을 살아보니’ 등 저서를 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과 김 교수는 덕담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에게 ‘앞으로 훌륭한 일을 많이 하라’는 취지의 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외부 일정을 삼가던 윤 전 총장이 멘토를 만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오랜기간 함께 근무한 사이이며, 윤 전 총장 본인도 어릴 때부터 김 교수를 알고 지냈고 자주 인사를 드리던 사이라고 한다.

윤 전 총장 측근은 “큰 의미를 두고 학계 거두를 만난 게 아니다”라며 “요즘 주변에서 만나달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액션을 취해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다 거절하고 칩거하던 차에 어른에게는 퇴임했으니 인사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해서 인사하고 덕담도 들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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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며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04. [email protected]

한편 윤 전 총장은 퇴임 전 검찰 구성원들에게 권력의 부패에 관해 우직하게 수사를 이어나가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지난해 7월 미국의 유명한 검사인 고(故) 로버트 모겐소의 전기를 제작한 바 있다. 이후 윤 전 총장의 지시로 지난 12일부터 일선 검찰청에 배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모겐소는 미국 뉴욕검찰청 검사장으로 근무하며 각종 대형 부패범죄를 수사해 이름을 날린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윤 전 총장은 퇴임 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겐소를 언급하며 검찰의 수사권 폐지를 반대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책 발간사에서 “모겐소는 국가경제를 병들게 하는 거대 경제사범에 맞서 검찰의 수사 역량을 집중해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라며 “근래 한국에서는 각종 법령 제·개정 등을 통해 검사와 검찰의 책무에 대해 수많은 문제 제기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기 위해 무엇보다 검사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성찰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모겐소는 거악 척결을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판사, 정치인, 대기업 등 거대 사회경제 권력의 부패에 대해 우직하게 수사를 이어나갔다”고 얘기했다.

윤 전 총장은 “무모하다고 비춰질 수도 있는 그의 법집행 의지가 결과적으로 미국의 지역사회와 시장경제에서 법치주의가 온전히 작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며 “모겐소가 일평생 추구한 검사의 길이 우리나라 검사들에게도 용기와 비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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