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전라남도교육청 소속 초등 스포츠강사 160여 명이 스포츠지도사로 명칭을 바꾸면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이번 무기계약직 전환은 전국의 스포츠강사 1800여 명이 투쟁 끝에 쟁취한 전국 최초의 고용 안정 방안이다.
2008년에 이명박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학교 체육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도입한 스포츠강사 제도는 스포츠강사들에게 매우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해 왔다.
스포츠강사들의 계약 기간이 10~11개월에서 12개월로 바뀐 것도 몇 년 되지 않았다. 이들은 정규 교사와 협력해 체육 교육의 일부를 맡아 왔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이들을 배제했다. 그래서 스포츠강사들은 매해 고용 불안에 떨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공무직들이 받아 온 근속수당이나 정기상여금 등 각종 수당과 복지 혜택에서조차 큰 차별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남교육청 소속 초등 스포츠강사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전국의 스포츠강사들에게 부족하나마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근속수당 신설 등 스포츠강사들의 처우가 개선된 것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는 교육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2017년 9월 ‘예외 없는 정규직 전환 촉구 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한 스포츠강사 노동자들 ⓒ곽세영
무기계약직화를 반대하는 논리 반박
그런데 한국노총 교사노조연맹 소속인 전남교사노조·초등교사노조와 전남실천교육교사모임 등을 중심으로 초등 스포츠강사의 무기계약직 전환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스포츠강사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무기계약직을 양산해 초등교사 정원 확대와 충돌한다고 주장한다. 또,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스포츠강사 무기계약직화가 아닌 초등 체육 전담교사를 더 많이 배치해야 한다며 무기계약직 전환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스포츠클럽 운영이 어려우니 스포츠강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말고 차라리 학교 방역 인력을 늘리라는 주장도 있다.
무기계약직화를 통한 최소한의 고용 안정조차 지지하지 않는다면, 매년 이들이 고용 불안에 떨거나 해고돼도 괜찮다는 것인가? 이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토록 간단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인지, 학교 현장에서 이들과 협력하며 수업을 진행해 온 동료 교사로서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먼저, 방역 인력을 핑계로 무기계약직을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군색하다. 학교 방역 인력이 부족한 것은 스포츠강사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때문이 아니다. 방역 인력 충원과 스포츠강사 고용 안정은 모두 정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둘째, 초등교사 정원 감축 역시 스포츠강사 때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들은 교원 정원은 감축하면서, 기간제 교사나 비정규 강사 등을 늘려 정규 교사의 노동조건을 공격하고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분열시키려 했다. 정규 교사와 비정규직 교·강사 모두 이런 정부 정책의 피해자들이다.
애초 비정규직 제도가 값싸게 쓰고 쉽게 버리기 위한 제도임을 생각한다면 스포츠강사의 고용 불안을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비정규직 제도를 유지·강화시키는 것으로 연결될 뿐이다.
그러므로 정부의 교사 정원 감축을 막는 길은 비정규직 교·강사들의 고용 안정을 막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비정규직 강사와 정규직 교사가 단결해야 정부의 교원 감축에 맞서는 훨씬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반대로 정규 교사들이 초등 스포츠강사의 무기계약직화에 반대해 정규-비정규 교사 간 분열이 심화되면 정부의 부당한 교육 정책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력이 약화돼 교사들에게도 해악적이다.
셋째, 스포츠강사의 전문성 문제를 보자.
많은 초등교사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스포츠강사 제도가 초등교육의 특성을 무시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통합적인 초등교육의 특성을 고려하면 정규 교사가 체육 교육을 맡는 게 바람직하고, 정규 교사 충원을 주장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스포츠강사들을 정규 교사가 될 수 없는 사람들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초등 스포츠강사들은 즐거운 체육 교육을 위해 수년 동안 노력해 온 사람들이고, 이런 교육의 경험 속에서 나름의 전문성을 쌓아 왔다.
스포츠강사들의 고용 안정과 교육의 질 향상을 모두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가 초등 스포츠강사들을 정규 교사로 전환함과 동시에 이들에게 초등교육에 대한 충분한 연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가르치는 연령대 아이들의 특성에 관한 종합적 이해, 효과적인 교수법 등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 훈련 과정을 통해 교육의 질을 올릴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 정부의 이간질 시도에 맞서야
한편, 민주노총 전교조도 비정규 강사 제도인 스포츠강사 제도 폐지를 주장하지만, 1800여 명의 스포츠강사들의 고용 안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 일몰제로 사라지는 스포츠강사 자리 대신에 정규 교사 충원을 요구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스포츠강사들의 해고를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셈이다.
그러나 스포츠강사 제도를 반대하는 것과 현재 고용된 스포츠강사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것은 같지 않다. 노동자 운동이 요구하는 ‘비정규직 철폐’가 비정규직 해고를 뜻하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즉, 스포츠강사 제도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비정규 강사 제도를 도입한 정부 관료들에게 돌려야지, 그 정책으로 고용 불안과 열악한 처우 등의 피해를 본 스포츠강사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
스포츠강사들은 정규직 교사들의 경쟁 대상이 아니라 연대 대상이어야 한다. 그들은 같은 사용자에 의해 착취당하는 동료 노동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연대해서 같은 사용자에 맞설 때 우리의 힘이 더 커질 수 있다.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에 반대해 온 전교조 교사들은 스포츠강사 확대 반대와 스포츠강사 제도 폐지를 요구하면서도, 그 정책의 피해자인 스포츠강사들이 겪는 고용 불안정과 차별에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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