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초격차’ 실현을 위해 반도체 핵심 장비 확보와 협력 확대에 직접 나섰다.
지난 7일부터 유럽 출장 중인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과 유럽 최대 반도체 연구소 imec 경영진을 잇따라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ASML과 imec을 연이어 찾은 것은 삼성이 차세대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미래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는 또 하나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왼쪽),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오른쪽)와 촬영한 기념 사진.(사진=삼성전자)
■ ASML 본사 1년 8개월만에 방문…EUV 장비 공급 확대 논의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경영자(CTO) 등 경영진을 만났다.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은 것은 지난 2020년 10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며, 이번 미팅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이 배석했다.
이 부회장과 ASML 경영진은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반도체 시장 전망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양사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으로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한 EUV 장비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고용량, 저전력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핵심 장비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화성·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EUV 기술을 적용해 파운드리 고객사 제품과 고성능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전자)
ASML은 EUV 장비를 전세계에 유일하게 공급한다. EUV 장비는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수량은 작년 기준으로 약 40대 정도뿐이어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만의 TSMC는 장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에는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EUV 장비 확보 경쟁에 가세했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ASML와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EUV 장비 확보에 직접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ASML 장비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그간 이재용 부회장과 ASML 경영진은 한국과 네덜란드에서 수시로 만나 기술 로드맵과 중장기 사업 계획 등을 공유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미세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반도체 제조 공정과 장비 개발 분야에서 ASML과 협력 ▲2012년 ASML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 강화 ▲2016년 11월 베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이 삼성전자 방문 ▲2020년 10월 이 부회장이 ASML 본사 EUV 반도체 생산장비 제조현장을 찾아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에 사용될 신형 장비를 살펴보고 공급을 논의한 바 있다.
섬성전자는 “반도체 연구개발 및 투자 확대, ASML과의 기술 협력 강화 등을 통해 파운드리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가운데)와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사진=삼성전자)
■ imec 방문…반도체 외 AI·바이오·생명과학 연구 협력 확대
이재용 부회장은 다음날인 15일(현지 시간)에는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을 방문해 루크 반 덴 호브 CEO를 만났다.
이 부회장은 imec에서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으며, 인공지능, 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 중인 첨단분야 연구 과제에 대한 소개를 받고 연구개발 현장을 살펴봤다.
imec은 1984년 벨기에와 프랑스, 네덜란드 3국이 공동 설립한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다. imec은 반도체 설계, 공정기술, 소재, 장비 등 반도체 분야 외에도 ▲인공지능 ▲생명과학·바이오 ▲미래 에너지까지 다양한 분야의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삼성의 미래 전략 사업분야와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imec 방문이 미래 전략사업 분야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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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지난 5월 ‘삼성의 미래 준비’계획을 발표하고, 반도체 분야를 비롯해 바이오, 신성장 IT(AI 및 차세대 통신)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유럽에서 반도체 장비·전기차용 배터리·5세대(5G) 이동통신 등에 특화된 전략적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뒤 오는 18일 귀국한다.